서울교구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께 드리는
2011년 사순절 교구장 사목서신
서로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야훼께서 말씀하신 것은 모두 지키겠습니다.”(출애 19:8)
기나긴 추위를 넘기고 봄기운이 싹터오는 가운데 설레는 마음으로 2011년도 사순절을 맞이합니다.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대자연의 약동은 올해도 어김없이 계절의 순리로 우리를 인도해 주십니다. 기록적인 한파로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는 이때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신앙의 계절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순 첫 날 재 축복과 이마에 받는 십자가 표지로 시작하는 사순절 40일간의 대장정은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 여정 속에서 부름 받은 제자의 한 사람으로 주님과 함께 동행 하면서 우리 자신을 깊이 돌아보고 우리 교회와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신앙의 눈으로 성찰하는 때입니다. 나아가 이 때를 위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말씀과 신앙의 신비를 경험하고 새로운 부활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도록 새 신앙으로 변화하고 거듭나는 데에 사순절의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교구와 각 교회 공동체가 정한 금년도의 신앙목표와 더불어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 개인의 신앙의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면서, 우리는 이 땅에서의 사순절 40일을 특별하게 보내고자 결심합니다. 이 기간에 드리는 기도와 묵상, 예배와 결단, 절제와 나눔의 헌신을 통해 겪게 되는 내면과 외면의 작은 변화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소중한 은혜입니다. 그 변화는 분명 우리가 이 땅의 축복의 통로라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증거하는 열매가 될 것이며, 우리 스스로도 그 점을 새로이 깨닫는 은혜가 될 것입니다.
사순절은 물질만능과 생명 경시의 시대 속에 살면서도 재물과 외적인 가치보다는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의 가치를 붙잡고 씨름하는 모든 신앙인들에게 참 신앙의 기쁨을 가져다주는 때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을 따라나섰지만 마지막까지 의심과 유혹과 방황의 연약함으로 세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침내 주님께 등을 돌렸던 제자들의 모습을 내 안에서 발견하는 참회의 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과 평화의 가르침과, 낮은 자가 되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우리 자신을 비울 때 비로소 성령의 은혜로 채워지고 새롭게 변화하는 풍성한 은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의 것들로 가득 채우지 못해 공허했던 자리를 신앙의 은혜로 채워가면서 우리는 한걸음씩 이 시대를 향한 희망의 발걸음을 함께 내딛어 나가야 합니다.
사순절이라는 말의 어원인 렌트(Lent)는 고대 영어로 “성장”을 뜻하는 말입니다. 주님의 길을 따라가며 이 기간을 충실히 지낼 때 우리의 신앙은 변화하고 성장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서로 변화하고 성장한 모습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새 사람이 되어 기쁨의 부활을 맞이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사람이 되십시오.” (로마 12:2)
2011년 재의 수요일
양이재에서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구장 김근상(바우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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