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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교리이야기

주일성수(主日聖守)에서 매일(每日)성수로



                            주일성수(主日聖守)에서 매일(每日)성수로

주일성수(主日聖守)는 일요일을 주님의 날로 거룩하게 지켜서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은연중 얼마나 주일성수에 충실한가를 기준으로 신자의 신앙을 판단합니다. 바쁜 세상살이와 발전하는 레저문화가 이어지면서 신자가 주일을 지키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신자는 각자의 적절한 판단으로 주일성수 여부를 결정하고 교회는 늘어나지 않는 주일출석 신자 수를 관리하느라 애를 쓰는 경향입니다.

그런데 실은 주일성수라는 개념은 성공회의 것이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회는 주일성수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성공회는 교회력(敎會曆)을 따르는 교회로서 주일성수 대신 축일성수(祝日聖守)를 강조합니다. 왜 구태여 주일성수와 축일성수를 구분하는가 하면 “주일은 일주일 중에 하루,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는 날”이라고 여기는 생각을 넘어서야 신앙이 성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일은 일주일에 하루, 예배가 있는 날이어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 즉 삼위일체 하느님께 이루신 구원사건을 기념하여 그 기억을 오늘 여기로 현재화하는 날이기에 중요합니다. 그 기억과 현존은 주일 하루에 머물지 않고 한 주간 내내 우리 삶을 이끄는 힘과 지혜의 원천이 됩니다. 그러므로 실상 참된 신자는 주일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을 신앙 안에서 주님과 동행하는 사람, 곧 매일성수(每日聖守)를 하는 사람입니다. 신자는 365일 하루하루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사건을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매일성수의 기도 방법이 바로 우리의 성공회기도서를 가지고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등을 바치는 성무일과(聖務日課)입니다.

이렇게 매일성수를 기본으로 축일성수를 하는 이들이 우리들 성공회신자입니다. 매일성수는 삶과 예배의 일치, 믿음과 삶의 일치를 의미합니다. 축일성수는 그 일치가 우리 자신의 힘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현존으로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바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전하신 말씀과 행하신 일들을 기억하며 “지금 이곳에서”의 우리 삶을 그리스도를 통하여 봉헌할 때 이루어집니다. 이 주님의 현존이 우리를 전례(典禮)로 부르고 선교(宣敎)로 파송합니다. 성무일과와 감사성찬례(성체성사)는 참 소중한 전례(典禮)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