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위일체주일(聖三位一體主日/ Trinity Sunday)
<성령강림주일>로써 부활절기를 마감하고 이제 오늘 <성삼위일체주일>로부터 <왕이신 그리스도주일>까지의 연중(年中)절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이루신 구원의 일들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중심으로 “대림-성탄-공현-사순-고난-부활-승천-성령강림”이라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 짚으며 기억해왔습니다. 이제 그렇게 구원을 이루어주신 하느님의 뜻과 사랑 안에서 우리 각자의 일상을 신앙으로 살아가는 일이 우리의 몫이고 그렇게 “신앙을 실천하는 삶”이 연중절기의 강조점입니다. 연중절기를 성삼위일체주일로 시작하는 까닭은 우리 구원이 삼위일체 하느님으로 말미암은 것과 우리의 신앙생활이 삼위일체 하느님과 함께 하는 것임을 고백하고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삼위일체(三位一體) 교리는 “세 위격이 어떻게 해서 한 본체일 수 있는가”등등을 분명히 이해해야만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도리어 이 교리는 그리스도교의 신앙이란 머리로 지어낸 관념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목숨을 건 믿음의 삶 가운데 하느님을 실제로 체험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하느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되 세상을 창조하신 자비로운 성부 하느님, 이 땅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오셔서 우리를 구원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바람과 숨결로 창조와 구원과 성화의 과정을 이끄시는 협조자 성령님, 이렇게 세 인격을 경험하는 풍성한 체험 가운데 살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삼위일체의 신비는 특별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하느님 존재에 대한 하늘의 비밀이론이 아니라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믿음의 삶을 통해 이 땅에서 체험하고 고백할 수 있는 “하느님의 살아계심” 자체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하느님의 살아계심을 머리가 아니라 전 존재로 마주 대하고 체험하게 되면 우리가 놀랍게도 새로운 존재로 변화된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을 체험하고도 우리의 인격과 심령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면 그 체험은 틀림없이 가짜입니다. 우리의 변화는 우리가 작심하여 더 철저히 윤리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모든 삶을 “하느님과의 하나됨”이라는 기준으로 새로이 판단하게 됨을 뜻합니다. 이 변화를 “영으로 새로 태어남”이라고 복음서는 표현합니다. 이 삼위일체주일에 우리는 어떤 교리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살아계신 하느님을 드높이고 찬양합니다. 그 드높임과 찬양은 무슨 신학이론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거듭난 삶”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머리로 이해하고 주장할 수 있는 삼위일체의 신비가 아닙니다. “변화된” 우리들의 영혼과 삶과 실천이 삼위일체의 신비, 하느님의 살아계심을 드러냅니다. 연중주일을 성삼후주일(聖三後主日)로 표현하기도 하거니와 연중절기 동안 우리는 세상 속에서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뜻과 사랑을 누리고 밝히고 전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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