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6일 성공회 사제단 시국미사 설교문
                                                          
                                                                    송경용 신부
         
    
                       <진실 앞에 바로 서기를>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들린다. 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마르코 1:3>

야훼께서 세상을 다스리러 오셨다. 그 앞에서 즐겁게 외쳐라. 그는 정의로 세상을 재판하시며 진실로써 만백성을 다스리신다. <시편 96편 13절>


 성탄절을 앞둔 기쁜 절기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고난 받고 있는 형제자매들과 혼란 가운데 있는 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모여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위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오늘,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말씀을 시작하려합니다.

 지난 수 년 동안 국토가 황폐화 되고 수많은 노동자와 가난한 이웃들이 일자리와 목숨을 잃고 삶의 자리를 빼앗기는 동안,
 신앙과 신념에 따라 정의로운 행동에 앞장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고난을 겪고 있는 동안 우리 성공회 교회와 성직자들은 부조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였고 고난 가운데 있는 이웃들과 함께 하지 못하였습니다.
 
 주의 길, 정의와 평화의 길을 닦고 고르게 하라고 하시는 광야의 소리 앞에, 고난 받는 뭇 생명들 앞에 진심으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그리고 회개합니다.

 이제 열흘도 남지 않은 성탄절은 구세주가 오심을 기뻐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이 지상에 방 한 칸 없는 겸비한 자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께 우리 모두가 잘못된 삶을 회개하고 이 지상에 정의와 평화가 이르기를 간구하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희는 늦게나마 정의와 평화를 외치는 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 땅에 정의와 평화가 하루 속히 깃들기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며칠 전 고려대학교 학생이 우리 모두에게 안녕하시냐고 물은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의 권력자들, 당신들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
 
 거짓과 부정, 분열과 선동,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신뢰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언론, 정당한 비판에 대한 증오와 보복, 종북으로 대변되는 악마적이고 낡은 이념적 편 가름, 차마 다 열거하기도 힘든 수많은 비인간적이고 반민주적인 사건들 위에 당신들의 권력은 서 있습니다.
 
 정말 안녕하십니까?  

 당신들이 현재 어떤 자리에 있건 어떤 권력을 차지하고 있건,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나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을 바쳐 이룩한 민주주의 사회이며 민주주의는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는 것, 그것입니다.
 
 그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분열시키는 거짓 선동을 즉각 중단하고 4대강 사업, 천안함 침몰 등 이명박 정부로부터 쌓여온 온갖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 책임자들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철도, 수도 등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 TPP 추진 등도 즉각 중단하고 국민들의 총의를 모아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정원과 정부 기관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를 토막내버린 끔찍한 범죄입니다. 선거 불복이라고요?
해외 언론들까지도 부정선거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부정선거라면 수혜자에 대한 사퇴 요구, 책임자 처벌과 재선거 요구도 당연한 것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당신들의 주장대로 당신들이 저지르지 않았다면 밝혀내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국정원은 해체하고 그 역할을 새롭게 조정해야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로 부정 선거에 힘입지 않았다고 자신한다면 본인의 정통성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부정 선거에 연루되고 개입한 혐의가 조금이라도 드러난 정부 기관 책임자들, 정치인들의 모든 직무를 정지시키고 처벌해야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긴급하고도 절대적인 과제입니다.
 

 밀양 송전탑, 강정 해군 기지, 원전추가 건설 계획,
 과연 누구를 위한 일입니까,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쌍용, 철도, 전교조,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들과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지하십시오. 
 노동자들이 철탑에서 길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외치고 있습니다.
 함께 살자고, 같이 살아보자고, 우리도 가정이 있고 돌봐야 할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 받아야 하는 다 같은 인간이며 국민의 한 사람들이라고 절박하게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며 시민이고 국민인 노동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억울하게 죽어야 하는 경제 발전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서민들에 대한 각종 복지 공약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2차 대전이 끝나기도 전인 1940년대부터 복지국가를 천명하고  전 국민 무상의료, 무상교육, 주거보장을 실시했습니다.
 이 시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고 은퇴자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청년들은 청춘의 특권인 연애마저 포기한다고 합니다. 청년 자살률 1위, 노인 자살률 1위인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점점 더 닮아가면서 멀어지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민주주의는 수십 년 전으로 퇴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안녕 할 수 있겠습니까?

  며칠 전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돌아가신 넬슨 만델라는 27년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자신들을 괴롭혔던 백인들에 대해 보복에 나설 수도 있었지만 종교 지도자인 투투 대주교와 함께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인종과 종파, 정파와 부족의 화해를 이루어 냈습니다. 넬슨 만델라와 그의 동료들, 투투 대주교는 보복과 무조건적인 화해를 주장하는 양극단에서 ‘진실’을 먼저 선택했습니다.
 진실이 없는 화해는 거짓이고 더 큰 불행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진리 앞에 바르게 선 것입니다. 여기에 그들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의 권력자들, 당신들이 진심으로 화해와 상생을, 당신들이 약속한 <국민 행복시대>를 원한다면 진실 앞에 서 주기를, 바르게 서주기를 간곡하게 권면합니다.
 
 국민들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고 민주주의를 농단한 부정선거를 획책한 모든 기관과 인물들이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다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조금이라도 그 혜택을 입었다면 당연히 사퇴를 하는 것이 옳습니다. 당신들이 진실 앞에 서기를 거부하고 이 모든 조치들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본격적으로 당신들의 퇴진 운동에 앞장 설 것 입니다. 

 대통령 주변 권력자들에게 권면합니다.
 대통령의 심기를 위해 길거리에 나서거나 울지 마시고 서민들, 시민들, 노동자들, 우리 민족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울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진실 앞에 바르게 서야합니다.
 진실, 오직 진실만이 서로를 용서하고 살릴 수 있으며 우리가 사는 이 공동체를 더욱 위대하고 아름다운 평화의 공동체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시편 96편 13절에 있는 성서 말씀대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는 정의로 세상을 재판하시며 진실로 만백성을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아무리 큰 권력을 가졌다 해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 자신이 진실이고 정의 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든 인간은 언젠가 정의와 진실로 다스리시는 하느님 앞에 서야합니다.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며 하느님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성서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었다고 소개되는 다윗과 솔로몬도 예언자들이 자신들의 죄와 허물을 지적하자 그것을 인정하고 재를 뒤집어쓰고 거친 옷을 둘러 입은 체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며 회개하였습니다. 가장 큰 권력과 영화를 누리던 그들도 백성의 소리와 하늘의 소리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에 위대해질 수 있었습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언제나 읽는 세례자 요한에 대한 이야기(마르코 복음 1:13)를 보면 세례자 요한이 왜 위대한 인물인지가 잘 나와 있습니다.
 
 메시아를 기다리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그 자신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이 되어주기를 바랐지만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스스로를 한 없이 낮추어 뒤에 오실 분, 주님의 길을 닦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속히 회개하고 정의로 세상을 재판 하시며 진실로 만백성을 다스릴 그리스도 예수님의 길을 닦는 사람들이 되라고 촉구합니다.

 회개는 거짓과 분열로 가는 길을 정의의 길로 되돌아가게 하는 일입니다. 정의의 길은 진실을 통해서만 이를 수 있는 길입니다.

 
 예수님은 가장 낮은 곳, 비천한 자로 오셔서 우리들의 눈을 뜨게 해주셨고 자유와 해방을 주셨으며 애통해 하는 자, 평화를 위해 일하는 자들의 희망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러나 루가복음 19:41-44에 말씀 하시기를 ‘평화의 길’을 깨닫지 못한다면 예루살렘과 그 성전이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예언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가, 민주주의가, 이 민족의 평화가 무너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평화의 길로 나서야 합니다. 평화로 가는 길, 진실과 정의를 닦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왜곡된 역사가 바로 잡히고 고난 받는 모든 형제자매들이 참된 자유와 해방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모든 거짓이 진실의 등불 아래 환하게 드러나는 기쁜 소식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스물일곱 젊은 청년의 안녕하시냐는 가슴 아픈 물음에 우리 모두 조금이라도 당당하게 대답 할 수 있기를 또한 빕니다.

 복되고 기쁜 소식을 갈구하는 모든 이웃들과 주님의 길을 고르게 내기 위해 수고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  (2013년 12월 16일)    

Posted by 기쁨의나무 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