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의장주교 신년사목교서


                              ‘서로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2014년 갑오년 새 해가 밝았습니다. 대한성공회 서울, 대전, 부산교구 그리고 일본,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세계 도처에서 하느님 나라를 위해 수고하고 헌신하시는 모든 대한성공회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 해 갑오년을 상징하는 ‘푸른 말’은 생동감 넘치는 힘을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우리 앞에 활짝 열린 2014년은 대한성공회의 모든 지체들 안에 성령님의 힘찬 기운이 더욱 넘쳐 나시길 바라며, 그 푸르고 힘찬 기운으로 하느님께서 우리교회와 각 사람에게 맡겨주신 선교적 사명을 기쁘게 감당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사회는 지금 안팎으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여 있습니다. 주변국들 사이의 영토분쟁과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인한 정치적, 군사적 불안감이 고조되어 있습니다. 또한 내적으로는 이념적 대립과 세대 간의 가치와 문화적 갈등이 점점 그 수위를 높여 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서민들은 전세값 폭등과 비정규직 확대, 청년실업의 구조화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처럼 불안한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마음을 의지하고 신뢰할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공동체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교회가 어떤 응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그리스도교회와 우리교회가 그들의 열망에 만족할만한 응답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 교회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저 또한 안타까움과 빚진 자의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불과 두 주 전에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고 기념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아기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던 2000년 전 팔레스타인 땅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보다 훨씬 어둡고 암울한 절망적 상황이었습니다. 그처럼 심각한 절망적 상황 가운데 오신 아기 예수님께서는 커다란 권력이나, 거대한 조직 혹은 막대한 재정을 가지고 민족과 인류를 구원하려 하시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리고 나약한 아기로 초라한 말구유에 오셨습니다. 민족과 인류를 구원하실 아기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가지고 오신 것은 권력이나 돈이나 조직이 아니라 ‘지극한 사랑’이었으며, 하느님을 향한 올곧은 믿음이었고, 세상은 그 사랑과 믿음에서 인류를 구원할 ‘우주적 희망’을 보았습니다. 오늘 교회가 회복하여야 할 것은 교회의 생존을 위한 지혜와 확장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가져오신 하느님 나라에 대한 꿈과 비전입니다.

 

대한성공회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우리가 비록 작은 교회일지라도 그리스도의 마음을 우리 안에 간직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록 가난한 교회일지라도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우리 마음 안에 간직할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작지도 약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굶주리는 군중들의 끼니를 걱정하는 제자들을 향하여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 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의 관심은 자신들이 지닌 빈약한 음식에 비하여 엄청나게 많은 군중들의 수에 주목하였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진정한 가난은 하느님께서 일하실 수 있는 더 큰 공간을 만든다는 것을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보여주시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렇게 2014년 새 해를 시작하며 우리 모두가 아기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향하여 꾸었던 그 꿈을 함께 꿀 수 있다면, 우리가 성령의 능력에 의지하며 아기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가져오신 사랑과 평화를 믿고,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 또한 이 세상과 사회에서 하느님 나라의 샬롬을 이루시는 하느님 창조사역의 자랑스러운 협력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대한성공회 모든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지금 우리 사회는 아기 예수님께서 이 땅에 가지고 오신 ‘사랑과 정의와 평화’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그 갈망에 진정으로 응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땅에 ‘참된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위스의 신학자 에밀 브루너는 “사람들은 무엇인가가 불타오른 것을 보고 그것을 타오르게 하는 불씨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이, 사람들은 선교를 보고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회는 선교를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이고, 교회의 선교는 사랑과 평화와 정의로 이루는 하느님 나라를 세상에 선포하고 증언하는 것입니다.

세계성공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선교의 다섯 가지 핵심지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다섯 가지 선교지표의 첫째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 둘째는 새 믿음의 가족들을 가르치고, 세례를 주고, 양육하는 것, 셋째는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 넷째는 불의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모든 종류의 폭력에 도전하며 평화와 화해를 실천하는 것, 마지막 다섯째는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2014년은 대한성공회의 모든 교회와 기관들이 이 선교지표를 보다 깊이 있게 내면화하고, 이 지표들에 근거하여 우리들의 선교를 진단하고 성찰하며 각각의 현장에서 건강한 선교 모델들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 대전, 부산교구는 각각 얼마 전 교구의회를 통하여 2014년 새 해 목표와 중점사업을 결의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나름의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교구는 지난해에 이어 2014년에도 선교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하여 교구의회에서 세 가지 중점사업을 결의하였습니다. 첫째, 하느님께 귀 기울이며 기도하는 그리스도인 둘째,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공부하는 그리스도인 셋째, 이웃을 섬기며 선교하는 그리스도인이 그것입니다.

 

대전교구는 2014년 새로운 주교 선출을 통한 교구의 화합과 일치와 선교적인 교구와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행정 쇄신과 연구 그리고 새로운 선교적 실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지난 교구의회에서 결의하였습니다.

 

2014년 부산교구는 지난 교구의회에서 ‘하늘 숨결 듣기’, ‘하늘 숨결로 일어서기’, ‘하늘 숨결로 살아가기’라는 세 가지 중점 사업을 중심으로 사제와 신자들의 영적쇄신과 성장, 교회공동체 진단과 다양한 은사계발을 통한 선교의 활성화를 위하여 힘쓸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세 교구가 목표한 선교과제가 주님의 은혜와 모든 성직자 그리고 교우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며 뜨거운 박수와 지지를 보냅니다.

 

사랑하는 대한성공회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저는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로서 이제 새로이 밝아온 2014년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남과 북 그리고 동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노사문제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갈등 해소와 소통에 교회로서의 합당한 역할을 감당할 것이며, 아울러 교회 내적으로는 우리 대한성공회의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대전교구가 새로운 교구장 선출을 통해 다시 한 번 선교에 대한 치열한 열정을 불사를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위하여 기도하며 함께 할 것입니다. 또한 열악한 선교환경 속에서도 성직자와 교우들이 합심하여 교회의 밑그림부터 다시 그리기 시작한 부산교구를 위한 선교협력사업도 지속하여 마침내 부산교구가 맡은바 선교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지할 것입니다.

본 의장주교는 1965년에 주체적 선교 역사가 새로이 시작되었던 때로부터 50주년을 맞이하고, 서울교구와 대전교구가 교구설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성공회 설립 125주년의 해인 2015년을 미래 교회를 위한 새로운 선교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를 위하여 관구 산하에 ‘대한성공회 발전을 위한 특별연구위원회’를 설치하여 교회조직을 비롯한 평신도직제, 교세확장 방안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세밀한 진단과 연구, 그리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할 것이며 이를 통하여 우리 대한성공회를 완전한 선교지향적 교회의 틀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성직자와 수도자, 교우 여러분!
‘서로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 나라 건설의 사명을 향해 형제의 일치와 기도의 연대, 나눔의 기쁨을 몸으로 증거하는 신앙공동체로서 우리 역사와 신앙의 선조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여러분 모두의 기도와 헌신을 간곡히 청하며 2014년 새 해, 뜨거운 선교의 열정으로 그 문을 활짝 여시기 바랍니다.

 

                               2014년 1월 1일 거룩한 이름 예수 축일

                                                대한성공회 전국의회 의장 김근상(바우로) 주교

 

Posted by 기쁨의나무 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