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교리(7) 죄로부터의 구원은 어떻게 가능합니까?

(현대인의 교리) (7)  

                           죄로부터의 구원은 어떻게 가능합니까?

신앙적으로 '죄'의 문제는 "내가 잘못을 했다, 안했다"의 차원이 아니고 "내가 선한 존재다, 악한 존재다"의 문제도 아닙니다.

'죄'는 무엇보다 '관계'의 문제로서 "내가 하느님을 나의 하느님으로 모시고 살기를 거절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느님과의 잘못된 이 관계로 인해 우리는 자연과도 이웃과도 잘못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는 것이 '죄'에 대한 신앙적 통찰의 결론입니다.
'죄'로부터의 구원이란 하느님과의 잘못된 관계를 벗어나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 곧 하느님을 우리의 하느님으로 모시고 사는 삶을 통하여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조화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죄로부터의 구원, 하느님과의 관계의 회복이 어떻게 해서 우리에게 가능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일까요?
우선 '죄'의 문제를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행위'나 '존재'의 문제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음으로써 죄로부터 구원을 받는다고 할 때의 그 의미, 곧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왜 우리에게 구원사건이 되는가 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행위'를 통해서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나는 결코 크게 잘못을 행한 일이 없다. 나는 죄인이 아니다."는 주장이 얼마나 자기 나름대로의 주장인가를 새삼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심하게 말하면 "내가 곧 하느님이다, 즉 내가 모든 잘잘못을 절대적으로 판정한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라는 것이 정직하고 올바른 고백입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악'하기 때문에 우리는 죄를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견해입니다. '원죄'라는 개념으로 우리의 존재가 악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우리 존재는 애초에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기에 존재 자체가 '악하다'기보다는 '타락'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원죄'는 바로 이 '타락'한 상태, 즉 우리가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이 관계의 회복, 타락한 죄인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 편에서 먼저 행동을 취하신 구원사건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