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6일자 성공회신문 제899호 사설

 

성공회의 위기를 깊이 성찰하고 회개하자

 

몇 년 사이에 부쩍 성공회가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교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전해진다. 그런데 정작 그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살피는 자리는 충분했는지 되묻게 된다.

위기의 본질에 관한 성찰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성찰이 충분하지 않으면 정서적 불안감만 더 커지게 된다. 각자의 사명과 책임을 전제로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서로 남을 탓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수준을 넘기 어렵다.

신앙의 관점에서는 위기 자체가 아니라. 그 위기를 성찰과 회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정해진 기준으로 나와 남을 정죄하는 일보다도, 위기 앞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 기준을 함께 깊이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위기를 맞아 깊이 성찰하고 회개하면 회복과 갱신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

성공회의 위기가 몇몇 인물의 잘못과 탐욕 때문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이제부터 그런 이들은 배제하고 치리와 운영을 잘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동체의 전체적 역량과 인식이 그런 잘못과 탐욕에 무능하고 무감각하다면 이는 정말 심각한 일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함께 깊은 성찰과 회개의 운동에 나서서 교회의 목적과 기준과 수단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성공회의 위기를 살필 때, 역할과 권한을 맡았던 이들에게 이유와 책임을 묻는 일은 당연하다. 분명한 비판이 있어야 마땅하고, 필요하면 비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치리와 운영에 관한 권한과 책임은 개인의 도덕성에 의지하는 수준을 넘는 문제다. 교단과 교구로서 운영하는 합리적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다. 동시에 우리 모두의 신앙과 영적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개별적 정죄에 머물지 않는, 교단 차원의 영적인 회개와 사역의 갱신이 필요하다.

교회 구성원의 대화에서 성공회의 위기가 성찰과 회개의 태도로 다루어지기 바란다. 신앙인의 대화가 수다나 뒷공론의 수준일 수 없다. 대한성공회가 위기라고 ‘누가’ 말하고 있는가? ‘무엇을 근거로’ 들고 있는가? ‘우리 자신’은 성공회를 이룬 지체로서 이 위기에 어떤 ‘책임’을 느끼고 있는가? 무슨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가? 비판은 진중하고, 비난은 신중해야 한다. 함께 생각과 마음과 뜻을 다하여 성찰하고 소통해야 한다.

성공회의 여러 지표가 대체로 어두운 것은 사실이다. 사회적 영향력의 쇠락, 출석신자와 헌금액수의 감소. 신자 구성의 노령화, 다음 세대의 공백, 전입자의 정착률 저하 등등. 무엇보다 크고 시급한 과제는 신뢰가 깨지고 약해진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다. 교회위기의 원인과 이유를 살피고 대안을 말할 때에, 우리 각자의 책임과 각성과 결단의 내용이 꼭 들어있어야 한다. 각자의 진정한 성찰과 회개가 서로의 신뢰 회복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앙인과 신앙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은 언제나 위기상황에서 은총에 힘입은 성찰과 회개를 통해 이루어졌다. 성경과 교회역사의 증언이다. 위기를 깨닫는 일은 정직하고 지혜로운 일이고, 그로 인해 불안과 갈등에 사로잡힐 이유는 없다. 깊은 성찰과 회개를 통해서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교회를 새로 일으켜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


 

Posted by 기쁨의나무 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