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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신앙체험의 정리와 반성/성공회이야기

[옮김] 성공회 신문 제897호 사설 - 비둘기처럼 양순하고 뱀처럼 슬기로운 교회

2017년 7월 23일자 성공회신문 제897호 사설

 

비둘기처럼 양순하고 뱀처럼 슬기로운 교회

 

한국성공회의 교세는 크지 않다. 하지만 사람과 돈이 적다고 교회가 교회답지 못할 것은 없다. 대한성공회는 작은 교단임에도 독특한 영성과 활발한 사회선교로 한국교계와 사회에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에 걸쳐 서울교구의 사회선교현장과 임대사업에 과오와 의혹이 생긴 여파로 성공회의 자부심이 안팎으로 꺾이고 위축되는 상황이어서 많은 이들의 걱정과 상심이 크다. 무엇이 문제의 핵심일까? 몇 사람의 도덕적 일탈이 이유라면 차라리 해법이 간단하다. 그런데 문제가 한국성공회가 교회공동체로서 신뢰할 만한 수준인가에 관련된다면 이는 좀 더 깊고 정직한 성찰이 필요하다.

여전히 한국성공회에는 중도(Via Media)신학, 성육신(Incarnation)신학, 전례(Liturgy)와 성사(Sacrament)신학, 주교직과 의회제도(Episcopal and Synodical) 등 물려받은 자산이 풍요롭다. 작년 올해 불거진 사건 사고들은 성공회 신앙의 방향과 내용이 잘못된 탓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조직체의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이 합리적이지 않고 투명하지 않은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른바 경영적인 측면에서 조직운영이 위태로운 상태인 것이다. 신앙으로 살피면 교회는 하느님께서 몸소 세우시고 이끄시니 그 성장발전과 생멸을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모두 각자 맡겨진 사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 조직체로서의 교회 운영은 기도하고 예배하는 일과는 또 다르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와 집행구조가 있어야 하고 모든 일에 권한과 책임의 소재가 명확해야 한다.

우선 의회와 상임위와 각종 연수와 워크숍으로 모일 때마다 현안 토의와 병행하여 한국성공회의 목적과 목표에 관하여 확인이 필요하다. 교회의 사명 실현을 위하여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성공회 교단은 어떤 목적을 가지는가? 선교현장의 시공간 조건 속에서 분명하게 구체화된 목표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목표달성을 위한 각 지체들의 실천을 어떻게 끌어낼 것이며 그 일이 목표에 맞게 수행되고 있는 지 점검하고 평가할 기준은 무엇인가? 목적과 목표와 실행방도와 점검기준 등을 늘 살피고 세우고 고치고 공유해야 한다.

교회다움은 신앙의 명분을 선명하게 내세우는 것으로 다 되지는 않는다. 우선 교회공동체가 운영되는 기준이 합리적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나아가 진정한 상호존중, 상호배려, 상호책임의 소통으로 최선의 식별과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즉 교회의 갈등해결의 방식과 능력이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세상 물정을 모른 채 이상적 계획만 내고 결국 현실성이 뒤떨어져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면 이는 자랑이 아니라 허무맹랑한 일이 된다. 교회는 주님의 당부대로 비둘기처럼 양순하되, 뱀처럼 슬기로워야 한다.(마태10:16) 집짓기를 시작하기 전에 완공할 능력을 셈해봐야 하고, 전쟁을 치르기 전에 승산을 따져보아야 한다.(루가14:28이하)

발생한 사태의 본질을 교회가 파악하고 수습해 가려면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신앙의 관점과 공동체 신학의 관점, 그리고 조직 경영이라는 각각의 관점을 뒤섞지 말아야 한다. 각 관점을 구분해서 합리적인 논의와 결정을 해가야 한다. 의혹을 토대로 한 비난, 심정적인 공감과 동정, 예언자적 명분을 앞세우는 비판, 화해와 용서를 강조하는 태도가 다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두 잠깐씩 멈추어야 한다. 그 어떤 판단과 결정이라도 대한성공회가 이 땅에서 교회의 사명을 이루는 데에 어떻게 유익을 끼치겠는가를 깊이 살펴야 한다. 우리가 공유한 목적과 목표와 기준에 비추어 서로를 배려하며 대화하고 최선의 결과를 생각하며 판단해가야 한다.*